처음 가 본 코엑스 웨딩박람회, 설렘과 허둥댐이 뒤섞인 하루 기록
코엑스 웨딩박람회 관람 가이드
아침부터 마음이 들떠서 잠이 오락가락했다. 평소라면 알람 두 번은 넘기고 이불을 뒤집어쓰는 내가, 오늘만큼은 6시에 벌떡. 어제 세워 둔 메모를 허둥지둥 확인했다. “신분증, 메모장, 편한 신발, 그리고 마음의 여유!” …마음의 여유라니, 적어 놓고도 웃겼다. 어쨌든 나는, 평생 처음으로 친구와 함께 코엑스 웨딩박람회에 가 보기로 한 사람이다. 친구는 예비신부, 나는 그저 호들갑 떠는 조력자. 그런데 이상하다, 남 일인데도 왜 이렇게 두근거릴까?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삼성역에 내리자, 광고판마다 드레스 사진이 번쩍. 갑자기 “어? 나도 언젠가…” 같은 묘한 상상이 솟구쳤다. 코엑스 B홀 입구에서 프리미엄 부스 안내원이 환하게 웃는데, 나도 모르게 같이 활짝. 한 발 내딛는 순간, 반짝이는 조명과 백색 드레스 물결이 시야를 꽉 채웠다. 말 그대로 ‘와아’—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장점·활용법·꿀팁, 그리고 나의 작은 실수들
1. 무료 샴페인? 좋지만 속도 조절!
입장하자마자 샴페인을 건네준다. “공짜라니, 마셔야지!” 하고 한 잔 들이켰다. 그런데 빈속이었다. 얼마 못 가 머리가 둥실. 드레스숍 담당자와 상담하다가, 말을 느릿느릿 늘어뜨리는 바람에 친구가 내 팔꿈치를 꼬집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꿀팁이라면, 일단 물 한 컵 먼저 챙기자. 배도 채우고 말이다.
2. 부스 동선? 시계 방향보다 Z 모양이 편했음
처음엔 시계방향으로 돌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사람 흐름과 겹쳐서 매번 “잠시만요”를 외치며 새벽시장 돌 듯 밀려났다. 결국 친구랑 ‘Z’ 자 동선을 즉석에서 그렸다. 그러자 인기 부스 앞에서도 틈새가 보여 쏙쏙. 반드시 공식 팸플릿 동선을 고집할 필요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 이거 나만 몰랐어?
3. 견적 비교표, 현장에서 바로 작성!
집에서 엑셀로 빈칸 예쁘게 만들어 갔는데, 막상 상담이 쏟아지니 노트북 여는 것조차 번거로웠다. 손으로 끄적거리다 보니 숫자가 삐뚤삐뚤. 결국 휴대폰 메모앱을 열어 즉시 정리. 전시장 조명 아래서는 화면이 훨씬 편하다. 다들 A4 들고 가길래 나도 따라 했는데, 종이는 금세 구겨져버렸다. 작은 실수, 하지만 덕분에 메모앱 단축키를 외웠다.
4. 사은품 수령 타이밍
상담 5개 이상 완료 시 사은품 증정이라고 해서, 초반에 사로 딱 채우고 한 번에 받으려 했다. 근데 인기품목(에어프라이어!)이 조기 소진. 내 속에서 “아깝다!” 탄식이 폭발. 다음엔 상담 3개 정도 끝나면 바로 사은품 데스크로 뛰어야겠다. 중얼중얼, “괜히 욕심 부리다가 또 놓치지 말자.”
단점, 그리고 예상 못 한 뒷이야기
1. 지나친 ‘스냅 촬영’ 호객
웨딩스냅 업체가 특히 많았다. 카메라 들고 다니는 분들이 사진 한 장 찍어주겠다며 붙는데, 눈빛이 살짝 매섭다…? 거절 못 하는 성격이라 명함만 주르륵. 가방 속이 금세 두꺼워졌다. 결국 화장실에서 한 번 정리. 단호한 “관심 있으면 다시 찾아올게요”라는 한마디, 연습해 두면 편하다.
2. 휴대폰 배터리 압사
사진 찍고, 상담 예약 확인하고, 지도 보고, 또 사진 찍고… 배터리 20% 알림이 울렸다. 멘붕. 급하게 편의점에서 보조배터리를 샀는데, 원가보다 비싸다. 그래, 현장 프리미엄이라는 거지. 집에 와서 보니, 가방 구석에 작은 보조배터리가 있었더라. 이 실수, 또 할까? 안 할 거다. (아마도…)
3. 발바닥 피로도, 상상 이상
분명 ‘편한 신발’이라 생각했는데, 두 시간 지나자 발 뒤꿈치가 뜨거웠다. 시트러스 향이 난다는 풋스프레이 샘플을 분사해 봤지만, 냄새만 상큼. 다음엔 쿠션 깔창을 꼭 넣으리라 다짐. 독자님, 혹시 지금 그 예쁜 로퍼 신고 갈 생각인가? 음… 다시 고민해 보자.
FAQ, 내적 독백과 함께
Q1. 예비부부가 아니라도 재밌을까요?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결혼 안 하는 사람은 거기서 뭐 하지?’ 싶었다. 그런데 드레스, 꽃, 케이크, 샴페인… 시각적 축제다. 나처럼 언젠가를 상상하며 ‘혹시 모를 미래’의 재료를 맛보는 것도 꽤 즐겁다. 단, 지갑은 단단히 닫아 두는 걸 추천. 충동계약, 무섭다.
Q2. 상담 예약을 꼭 해야 하나요?
큰 부스는 예약이 있으면 편하다. 나는 예약을 안 하고 갔더니 30분 대기. 그 사이에 샴페인 2잔째 들이켜고 말았다. 덕분에 기분 좋았지만, 머릿속 견적은 엉망. 깔끔한 정보 수집을 원한다면 부스 2~3개 정도는 최소 예약을 추천.
Q3. 박람회 혜택이 정말 싸나요?
‘무조건 박람회가 최저가’라 말하는 담당자가 많다. 하지만 냉정히 비교해 보면, 옵션 따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것도 있다. 나는 드레스 패키지 하나를 거의 계약할 뻔했는데,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온라인 단독 이벤트가 더 좋았다. 계약서는 하루 정도는 숙려! 현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자, 나처럼.
Q4. 주차는 편한가요?
코엑스 지하주차장은 넓지만, 박람회 시즌엔 만차가 잦다. 친구 차로 갔다가 B4까지 내려갔는데도 빈자리 없음. 결국 외부 유료주차장에 대고 다시 걸어왔다. 지하철 + 도보가 훨씬 수월했겠다고 두 사람 모두 백번을 외쳤다. 주차권 할인? 있긴 하지만 줄이 길다. 차라리 택시 추천!
Q5. 정말 가야 할까요?
내 대답은 “적어도 한 번은!”이다. 결혼할 예정이든 아니든, 언젠가 내 사람이 생길 거라 믿는다면, 아니면 단순히 반짝임을 구경하고 싶은 여행자라도. 물론 발은 아프고, 명함은 넘치고, 머리는 어질할 수 있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이상하게 밝았다. 의미 없는 설렘일 수도? 음, 그게 뭐. 가끔은 설렘이 이유가 되잖아요. 😊
이렇게 저의 첫 코엑스 웨딩박람회 탐방기는 마무리. 집에 와서 양말을 벗으니 발등이 붉다. 얼음팩을 얹으며 혼잣말했다. “다음 번엔 더 똑똑하게, 더 천천히 둘러보자.” 그리고 마음속으로 하나 더. “언젠가, 드레스 입는 날을 상상하며.” 끝.